저는 3년간 수능을 준비하며 정말 단 한번도 수학 문제를 풀기 전에 해설지를 미리 본적이 없습니다. 이는 N제를 풀때도, 가형 시절 기출을 풀때도 항상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끝까지 제가 풀어야 한다는 철학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풀기 전에 해설지를 보는 것은 저의 능력과 사고력을 스스로 얕잡아보는 행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스스로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고, 항상 끝내 풀어왔습니다. 그리고, 이 철학을 지키면서 몇 시간동안 고민한 문제를 마침내 풀었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어 말할 수 없습니다. 저는 수능을 준비하는 모든 순간 중 바로 이 때가 가장 짜릿했고, 또 행복했습니다. 2. 해설지를 미리 보면 ‘뇌의 사고력’이 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문제를 푸는 근본적인 이유는 문제를 직접 맞닥뜨리고 이 경험을 통해 ‘직관과 사고력’을 늘리기 위함입니다. 그렇기에, 문제를 풀기 전에 해설을 보는 것은 문제를 풀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해설지에 적힌 내용을 그대로 질질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우리의 생각은 멈추게 됩니다. 며칠 뒤에 해당 문제를 복기할 때는 더 이상 우리의 사고의 흐름이 아닌 ’여기서 해설지가 뭐라고 했더라?’ 를 생각하게 됩니다. 정석적인 풀이과정도 중요하지만, 문제를 직면했을 때 본인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과 방향이 잡히는지를 되짚어보고 분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해설지는 여러분이 사고를 하도록 유도하지 않습니다. 생각을 멈추고 정답에 맹목적으로 눈길을 향하게 만듭니다. 3. 해설지는 ‘직관’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수능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바로 ‘직관’입니다. 여러분은 분명 논리적 사고를 통해서 답과 결론을 도출하게 되겠지만, 그 논리적 사고의 기저에는 어디에서나 직관이 있습니다. 수능 수학이란 직관이 먼저 방향을 제시하면, 논리적 사고가 그 방향이 맞는지 검토하고, 다시 직관이 다음 방향을 제시하는 순간들의 연속입니다. 그러나 해설지에서는 이 ‘직관’을 다루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생각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내가 문제를 푸는 과정과, 선생님이 문제를 푸는 과정을 직접 맞대고 비교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여기서 문제를 푸는 과정이란, 단순히 풀이과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1. 이 문제와 조건들을 보고 머릿속에 무슨 생각과 이미지가 떠올랐는지 2. 나의 직관이, 또 선생님의 ‘직관’이 각각 어떤 방향을 가르켰으며, 그 찰나의 직관이 어디서부터 나온 것인지 3. 이 조건을 어떻게 직관적으로 해석했는지, 수식이 아닌 더 직관적이고 머릿속에 잘 그려지는 방법으로 해석할 방법이 있을지 를 직접 비교해보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저 또한 친구들이 저에게 모르는 문제를 가져와서 묻거나, 모의고사를 본 후 친구들과 같이 문제를 복기할 때 “왜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해. 그냥 이렇게 하면 끝나는거 아니야?” “어 뭐야? 이렇게 쉽게 풀리는걸 괜히 돌려서 생각했네?” 같이 서로의 풀이를 공유하고, 더 쉽고 직관적으로 푼 친구가 있다면 그 방향을 다른 문제에 적용해보기도 하는 등 항상 더 직관적이고 쉬우면서, 동시에 현장에서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풀이를 떠올리도록 저의 두뇌를 최적화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과정을 여러분과 공유하려고 합니다. 저희 Team BLANK의 기출문제집은, 풀이의 논리정연한 증명 과정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간단히 직관으로 해결되는 조건 해석과 계산 과정을, 복잡한 식을 나열하면서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철저히 여러분의 풀이와 저희의 풀이를 머리를 맞대고 비교해보는 ‘친구’이자 ‘선생님’의 입장에서, 1. 이 조건과 발문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해야하는지를 1인칭 시점에서 공유합니다. 2. 함수 또는 그래프를 어떻게 이해했고, 이를 통해 저희의 ‘직관’이 어떤 방향을 가르켰는지를 공유합니다. 3. 이 문제를 직면하며 저희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는지, 어렵고 당황스러운 순간에서 어떻게 방향성을 잡고 침착하게 문제를 풀어나갔는지 공유합니다. 다음은 2017년도 가형 6월 모의고사 30번입니다.

이 문제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얼른 (나)조건을 미분하고 (가)와 같이 소거할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나)를 미분하고 소거했더니, 함수의 a주기로 적용되는 규칙성과 대칭성이 보여 이를 통해 a를 구했습니다. 다음으로, 다시 발문을 돌아가보니 f(x)가 미분가능하다는 사실이 눈에 걸렸습니다. “왜 f(x)가 미분가능할까?” “f(x)가 미분가능하려면, b와 c가 특정한 관계를 가져야하지 않을까?”

이렇게 b와 c의 관계식을 구한 뒤, 빼먹은 조건이 있는지 살펴보다가 아직 (나)의 조건을 완전히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눈치챘습니다.

이렇게 b와 c의 두 번째 관계식을 구하고, 연립하여 최종적으로 답을 구했습니다. 또한, 문제를 푼 이후에 다시 되짚어봐야 할 할 사고법과 추가로 할 수 있는 생각을 문제 해설 이후에 정리해놓았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그 어떠한 ‘복잡한 생각’이나 ‘고차원적인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직관이 먼저 방향성을 가르키면, 논리적 사고가 그 뒤를 밟고 다시 직관이 다음 스텝을 가르키는, 그러한 사고 흐름의 연속일 뿐이었습니다. 현재 기출 문제집의 해설지는, ‘수능 수학’을 푸는데 최적화되지 않은 ‘잡다한 수식’을 너무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해설지에 수능 수학의 본질 중 하나인 ‘직관’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Team BLANK의 제1 철학인 “문제를 푸는 데에 핵심적인 사고만을 남긴 채 모든 잡다한 사고를 비워내는 것” 에 입각하여 쓸모없는 복잡한 수식과 논리정연한 사고의 전개를 버리고, ‘직관’에 입각한 풀이를 통해, 서로의 풀이를 공유하고, 머리를 맞대고 더 직관적인 풀이를 생각하는 친구의 입장에서 해설을 작성할 것입니다. 현재 2월 말까지 1차 원고 완성 및 3월 내로 기출문제집 출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디자인, 해설의 내용과 방향성, 아이디어 등 자유롭게 댓글을 통해 피드백을 주시면 하나하나 읽어보고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저희는 Team BLANK입니다. 감사합니다.